
벌초 뒤 남는 먹먹함과 삐 소리는 대개 지친 속귀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날 저녁 조용한 곳에서 귀를 쉬게 해주면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예초기를 껐는데 소리는 안 꺼질 때

영중면 산소에 다녀오신 분들이 저녁 무렵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초기는 진작에 껐는데 귀 안쪽에서 삐 하는 소리가 계속 난다고요.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먹먹하고, 텔레비전 소리도 한 겹 막을 씌운 듯 둔하게 들린다고 하십니다.
가족들이 부르는 소리를 두어 번 놓치고 나서야 아차 싶으셨다는 분도 계십니다. 하루 종일 엔진을 어깨에 메고 풀을 벴으니 귀가 지칠 만도 합니다. 벌초철이 지나고 나면 이런 이야기가 유독 자주 들려옵니다.
다행히 이 먹먹함은 대부분 몇 시간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서서히 옅어집니다. 다만 그 시간 동안 귀를 어떻게 대해주느냐에 따라 회복의 결이 달라집니다. 오늘 저녁부터 바로 해보실 수 있는 이야기를 차근히 풀어보겠습니다.
왜 소리가 귀에 남아 있을까요

예초기 엔진 소리는 생각보다 큽니다. 귀 바로 옆에서 몇 시간씩 이어지는 진동이라, 속귀에서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아주 작은 세포들이 오래 흔들리게 됩니다. 이 세포들이 지치면 잠시 제 일을 덜 하게 되고, 그 틈에 먹먹함이나 삐 소리 같은 잔상이 남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귀를 신(腎)의 기운이 드러나는 곳으로 봅니다. 몸의 근본 기운이 든든하면 귀가 맑고, 기운이 소모되면 귀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고 보는 것입니다. 벌초는 새벽부터 산을 오르고 땀을 쏟고 끼니도 거르기 쉬운 일이라, 이 기운이 한꺼번에 빠지기 좋은 조건입니다.
여기에 소음과 긴장이 겹치면 머리 쪽으로 열과 담(痰)이 몰린다고 보기도 합니다. 어깨와 목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귀 주변 순환이 답답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벌초 뒤 이명은 귀만의 문제라기보다, 몸 전체가 힘들다고 알려주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집에서 이렇게 살펴보세요

불안한 마음으로 밤을 새우는 것보다, 조용한 방에서 몇 가지를 차분히 확인해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판단의 기준은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흐름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옅어지는지, 아니면 그대로인지를 보시면 됩니다.
| 확인할 점 | 대체로 안심되는 쪽 | 살펴봐야 하는 쪽 |
|---|---|---|
| 삐 소리의 변화 | 자고 일어나니 옅어짐 | 이틀이 지나도 그대로거나 커짐 |
| 양쪽 귀 비교 | 두 귀가 비슷하게 들림 | 한쪽만 확연히 작게 들림 |
| 말소리 알아듣기 | 조용한 곳에선 문제없음 | 가까운 대화도 되묻게 됨 |
| 어지럼 동반 여부 | 어지럼 없이 먹먹함만 있음 | 빙 도는 어지럼이나 구역질이 함께 옴 |
| 귀 통증과 진물 | 없음 | 통증이 있거나 분비물이 보임 |
오른쪽 칸에 해당하는 항목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확인을 받아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한쪽 귀만 갑자기 먹먹해지고 소리가 작아졌다면 시간이 중요한 경우가 있으니, 미루지 마시고 가까운 곳에서 청력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저녁부터 해주실 수 있는 것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조용함입니다. 지친 귀에는 쉬는 시간이 약이 되므로, 벌초를 마친 저녁에는 텔레비전 볼륨을 평소보다 낮추고 이어폰은 잠시 접어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시끄러운 식당에서 술자리를 이어가는 것도 귀에는 하루치 소음을 더 얹는 일입니다.
다만 완전한 무음 속에 혼자 있으면 삐 소리가 더 크게 들려 잠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나 잔잔한 빗소리처럼 아주 작고 단조로운 소리를 배경으로 두시면 한결 수월해집니다. 소리를 없애려 애쓰기보다 신경이 그 위에 머물지 않게 해주는 것이 요령입니다.
따뜻한 물로 목덜미와 어깨를 충분히 풀어주시고, 미지근한 물이나 연한 차로 수분을 채워주십시오. 하루 종일 흘린 땀만큼 몸이 비어 있는 상태라, 잘 먹고 일찍 눕는 것만으로도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커피와 담배, 늦은 술은 며칠만 줄여보시면 차이를 느끼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다음 벌초를 위해 귀마개나 소음 차단 헤드셋을 미리 챙겨두십시오. 창고에 예초기와 나란히 걸어두면 잊지 않게 됩니다. 몇 천 원짜리 준비물이 해마다 반복되는 저녁의 먹먹함을 크게 덜어줍니다.
이럴 땐 한의원에서 함께 살펴봅니다

삐 소리가 사나흘이 지나도 옅어지지 않거나, 해마다 벌초철이면 되풀이된다면 한 번쯤 상의해보시길 권합니다. 귀 자체보다 지친 몸의 상태가 오래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의원에서는 맥과 몸 상태, 잠과 소화, 목과 어깨의 긴장까지 함께 살핍니다. 기운을 채워주는 방향인지, 머리로 몰린 열과 담을 내려주는 방향인지에 따라 한약과 침, 어깨와 목 주변을 풀어주는 치료를 나누어 적용하며,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영중면과 일동 일대에서 오래 진료하다 보면 계절마다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벌초 뒤의 귀 이야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혼자 참으며 지나가길 기다리시기보다 편하게 여쭤보시면, 지금 어느 쪽을 돌봐야 하는지 함께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개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서서히 옅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귀를 조용히 쉬게 해주시면 회복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사나흘이 지나도 그대로라면 청력을 한 번 확인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완전한 정적보다는 선풍기나 잔잔한 빗소리 같은 작고 단조로운 배경음을 두시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소리를 지우려 애쓰기보다 관심을 다른 데 두는 방식이라, 잠들기가 수월해집니다.
한쪽만 갑자기 작게 들린다면 기다리지 마시고 바로 청력 검사를 받아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런 경우는 빠르게 확인할수록 대응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집니다.
요즘 귀마개나 차단 헤드셋은 사람 목소리는 어느 정도 통과시키고 기계 소음만 줄여주는 제품이 많습니다. 실제로 써보시면 주변 인기척을 알아채기가 오히려 편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