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병이 길어진 보호자의 몸에서는 체중과 기력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일이 흔합니다. 잠이 토막 나고 끼니가 김밥과 컵라면으로 굳으면 근육은 줄고 그 자리를 다른 것이 채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울 숫자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었는데, 계단에서 숨이 차고 반찬통 뚜껑이 잘 안 열립니다. 이때는 체중을 깎는 계획보다 끼니 간격을 고정하고 토막잠이라도 시간을 정해 두는 쪽이 먼저입니다. 저울 대신 허리둘레와 종아리 둘레, 손아귀 힘을 기준으로 삼아 보시면 몸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보호자 침상에서 넉 달을 보낸 뒤

아버지가 쓰러지신 뒤로 병실 창가 접이침대가 넉 달째 잠자리였다고 하십니다. 밤에는 두 시간 간격으로 뒤척이는 소리에 깨고, 새벽에 회진이 돌면 그대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끼니는 남은 병원식을 데워 드시거나 지하 편의점에서 김밥과 삼각김밥, 컵라면으로 때웁니다. 커피는 하루 서너 잔으로 늘었고 물은 화장실 가기 번거로워 덜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오랜만에 집에 들러 체중계에 올라가니 4킬로가 늘어 있어 당황하셨다고 합니다. 먹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숫자는 반대로 갔고, 정작 몸은 계단 두 층에 숨이 차고 무릎에 힘이 안 실립니다. 얼굴은 부어 있고 눈 밑은 어둡습니다. 형제들과 교대 이야기가 오갈 때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생각에 말을 삼키게 되고, 그 사이 본인 몸은 뒤로 밀립니다. 병원에 매일 계시면서 정작 본인 몸은 넉 달 동안 한 번도 살펴보지 않으신 셈입니다.
체중은 늘고 기운은 빠지는 흐름

잠이 토막 나면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균형이 흔들립니다. 배고픔을 알리는 쪽은 올라가고 그만 먹으라는 신호는 약해져서, 자정 넘어 단 것과 짠 것이 유독 당기게 됩니다. 여기에 오랜 긴장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게 유지되면 몸은 근육을 헐어 쓰고 남는 것은 배 쪽에 쌓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편의점 끼니는 흰쌀과 밀가루, 나트륨은 넉넉하지만 단백질이 얇습니다. 그래서 체중은 늘어도 실제로는 근육이 빠진 자리가 채워진 것이라 힘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부기까지 겹치면 숫자는 더 커집니다. 동양의학에서는 이런 몸을 노권상, 즉 지나친 수고로 상한 상태로 놓고 봅니다.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마음까지 졸이면 비위가 먼저 지치고, 그러면 먹은 것이 기운으로 바뀌지 않고 습으로 남는다고 설명해 왔습니다. 살이 쪘다기보다 몸이 헐거워진 상태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저울 말고 이걸 재 보십시오

간병 중에는 체중계가 오히려 사람을 헷갈리게 합니다. 부기가 오르내리면 하루 사이 1킬로쯤은 그냥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세 가지를 적어 보십시오. 첫째, 허리둘레를 배꼽 높이에서 이레에 한 번 같은 시각에 잽니다. 둘째, 종아리에서 가장 굵은 자리 둘레를 잽니다. 이 숫자가 줄고 있다면 근육이 빠지고 있다는 뜻이라 체중보다 훨씬 중요한 신호입니다. 셋째, 손아귀 힘입니다. 페트병 뚜껑이나 반찬통이 예전보다 잘 안 열린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록이 됩니다. 여기에 하루에 몇 번 몇 시간씩 잤는지, 끼니 사이 간격이 몇 시간이었는지를 병실 노트 귀퉁이에 적어 두십시오. 어지럼이 앉았다 일어설 때만 오는지 누워 있을 때도 오는지, 종아리 한쪽만 붓는지 양쪽이 같이 붓는지도 구분해서 봐 두시면 나중에 진료할 때 판단이 빨라집니다. 한쪽만 붓고 그 자리가 아프면서 뜨끈하다면 그건 따로 확인이 필요한 신호라 미루지 마십시오. 거울 앞에서 혀를 한 번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혀 가장자리에 이 자국이 도드라지게 남아 있다면 몸이 물을 제대로 못 돌리고 있다는 쪽으로 읽습니다.
병실에서도 지킬 수 있는 것부터

간병 중에 식단을 새로 짜는 일은 대개 지켜지지 않습니다. 대신 간격을 고정하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아침 여덟 시, 점심 한 시, 저녁 여섯 시처럼 시각을 정해 두고 그때는 무엇이든 드십시오. 편의점에서 고르실 때도 순서가 있습니다. 삼각김밥 하나만 집는 대신 우유나 두유, 삶은 달걀, 두부 같은 것을 하나 더 곁들이면 같은 값에 몸이 받는 게 달라집니다. 컵라면을 드실 때는 국물을 남기시고 물을 따로 챙겨 드십시오. 커피는 오후 세 시 이후로는 줄이시는 편이 토막잠이라도 깊어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잠은 밤에 몰아서 못 자더라도 낮에 교대가 되는 시간에 이십 분씩 눕는 규칙을 정해 두십시오. 병실 복도를 열 바퀴 도는 것도 운동이 됩니다. 형제나 배우자와 교대 일정을 말로만 두지 마시고 달력에 적어 두시면, 미안함 때문에 자기 몫을 계속 미루는 일이 줄어듭니다. 병실 창가에서 아침 햇빛을 십 분쯤 쬐는 것도 밤낮 리듬을 붙잡는 데 쓰입니다. 매일 밤 두 번씩 깨는 자리에서 시계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면 그것부터 끊어 보십시오. 시각을 알게 되면 잠은 더 멀어집니다.
간병이 끝난 뒤에 더 무너지는 분들

많은 분들이 간병하는 동안에는 그럭저럭 버티다가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몸이 주저앉습니다. 긴장이 풀리면서 그동안 미뤄 둔 피로가 한꺼번에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래에 해당하면 미루지 마시고 진료를 받아 보십시오. 석 달 사이 체중이 본인 몸무게의 5퍼센트 넘게 줄었거나, 반대로 급하게 늘면서 다리 붓기가 저녁마다 심해지는 경우입니다. 계단에서 숨이 유난히 차거나 앉았다 일어설 때 눈앞이 캄캄해지는 일이 잦아졌다면 빈혈과 혈압을 함께 확인하십시오. 잠들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자다가 자꾸 깨고 새벽에 눈이 떠지면서 가슴이 답답하다면 그것도 그냥 두실 일이 아닙니다. 상담에서는 이런 분들께 체중을 줄이는 계획을 먼저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소화가 받쳐 주는지, 잠이 얼마나 얕은지, 부기가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순서대로 보고 나서 몸을 다시 세우는 쪽을 먼저 잡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금은 줄이는 시기보다 세우는 시기에 가깝습니다. 잠과 끼니가 무너진 상태에서 열량을 더 줄이면 근육이 먼저 빠져 기운만 더 없어집니다. 끼니 간격을 고정하고 잠을 조금이라도 늘린 뒤에, 몸이 안정되면 그때 체중을 다루셔도 늦지 않습니다.
탄수화물 하나만 집지 마시고 단백질을 하나 얹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김밥에 삶은 달걀이나 두유, 컵라면 대신 즉석죽에 두부 한 팩 같은 식입니다. 국물은 남기시고 물을 따로 드시면 다음 날 아침 부기가 덜한 편입니다. 병원 매점에 요구르트나 견과가 있다면 그것도 자리를 채워 줍니다.
밤잠을 온전히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안 자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다만 오후 늦게 한 시간 넘게 주무시면 밤잠이 더 얕아집니다. 교대가 되는 시간에 이십 분 정도로 짧게, 되도록 이른 오후에 눕는 방식이 낫습니다. 누울 자리가 없으면 의자에 앉아 눈만 감고 계셔도 몸은 조금 쉽니다.
저절로 돌아오는 분도 있지만, 긴장이 풀린 뒤 오히려 몇 달을 앓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잠이 얕은 상태와 소화가 처진 상태가 같이 남아 있으면 회복이 더딥니다. 상황이 정리되면 한 번은 몸을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