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멀미가 있다고 아침을 통째로 굶기면 오히려 더 울렁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빈속에서는 위산과 낮은 혈당이 메스꺼움을 부추기고, 학교에 도착해서도 기운이 나지 않습니다. 답은 굶기기와 먹이기 사이가 아니라 무엇을 언제 먹이느냐에 있습니다. 출발 삼사십 분 전에 기름지지 않은 것을 조금만 먹이고, 앉는 자리와 시선을 함께 손보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아침마다 되풀이되는 실랑이

밥을 먹여 보내면 버스에서 토하고, 굶겨 보내면 이교시부터 힘이 없다고 합니다. 아이는 아침 식탁에 앉기도 전에 오늘 버스 타기 싫다고 말하고, 신발을 신을 때부터 얼굴이 굳어 있습니다. 정류장에서 버스 문이 열리면 입술 색부터 옅어집니다. 어떤 날은 절반쯤 가다가 기사님이 세워 주셔서 길가에서 토하고 다시 탑니다. 그런 날은 학교에 도착해서도 하루 종일 축 처져 있고, 급식도 거의 남긴 채 돌아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침마다 먹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정답을 알 수가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크면 낫는다고들 하지만 지금 매일 아침이 힘든 게 문제입니다. 아이도 자기가 유별난 것 같아 친구들에게 말을 못 꺼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고, 차 안에서 먹는 간식도 손을 대지 않습니다. 비닐봉지를 늘 가방에 넣어 다니는 아이를 보면 부모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흔들림을 눈과 귀가 다르게 읽을 때

양방에서는 멀미를 감각 정보의 불일치로 설명합니다. 귀 안쪽 전정기관은 몸이 흔들리고 있다고 알리는데, 눈은 버스 안 좌석과 앞자리 등받이만 보고 있으니 멈춰 있다고 보고합니다. 이 어긋남이 뇌에서 정리되지 않으면 어지럼과 메스꺼움으로 나옵니다. 여기에 위 배출이 늦어지는 문제가 겹칩니다. 멀미가 시작되면 위가 움직이는 리듬이 흐트러져 음식이 아래로 잘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으니 더 울렁거립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이 조절이 덜 여물어 있어 같은 길에서도 더 흔들립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속에 물기가 고여 출렁이는 담음으로 읽습니다. 뱃속에서 물소리가 나고, 조금만 먹어도 얹히고, 어지럼과 울렁거림이 함께 오는 아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예전 문헌은 어지러운 증상의 상당수가 담에서 온다고 적어 두었는데, 그래서 상담에서는 귀보다 비위의 힘을 먼저 살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주일만 나눠서 적어 보시면 보입니다

멀미는 늘 같은 정도로 오지 않습니다. 일주일 치를 적어 보면 조건이 드러납니다. 먼저 자리입니다. 앞자리와 뒷자리, 창가와 통로 가운데 어디에서 심한지 봅니다. 뒷바퀴 위쪽 자리는 흔들림이 크게 전해집니다. 다음은 시선입니다. 타자마자 휴대폰이나 책을 보는 아이는 눈이 가까운 곳에 고정되어 어긋남이 커집니다. 세 번째는 아침 식사입니다. 굶은 날과 먹은 날, 무엇을 먹었는지와 몇 분 전에 먹었는지를 함께 적으십시오. 우유나 기름진 것을 먹은 날이 유독 심한 경우가 흔합니다. 네 번째는 전날 잠입니다. 늦게 잔 다음 날 심해지는 아이가 많고, 감기 기운이 있거나 코가 막힌 날에도 더합니다. 길도 함께 봅니다. 굽이가 많은 산길 구간에서 심한지, 정체가 심해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심한지 적어 두십시오. 마지막으로 다른 상황에서도 그러는지를 봅니다. 그네나 놀이기구에서도 어지러운지, 차가 아닌 아침에도 배가 자주 아픈지, 멀미와 함께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지를 나눠 적어 두시면 상담이 훨씬 짧아집니다.
굶기는 대신 무엇을 언제 먹일지 정합니다

빈속은 멀미에 유리하지 않습니다. 위가 비어 있으면 위산이 자극이 되고 혈당도 낮아 오히려 메스꺼움이 심해집니다. 대신 양을 줄이고 시간을 앞당기십시오. 출발 삼사십 분 전에 흰죽이나 밥 몇 술, 바나나 반 개, 구운 식빵 한 조각처럼 기름기가 적고 부드러운 것을 조금만 먹입니다. 우유와 튀김, 초콜릿은 아침에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물은 조금씩 나눠 마시게 하고 한 번에 벌컥 들이켜지 않게 합니다. 자리는 앞쪽 창가로 정하고, 창밖 먼 곳이나 지평선을 보게 합니다. 휴대폰과 책은 내려놓게 하고, 노래를 듣거나 창밖 간판을 세는 놀이가 낫습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 공기를 돌리고, 향수나 차량용 방향제처럼 냄새가 강한 것은 치웁니다. 옷은 배를 조이지 않게 입히고, 아침에 서두르며 뛰게 하지 않는 것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겁이 먼저 나서 타기 전부터 울렁이는 아이라면, 오늘은 어디까지 갔는지를 확인해 주는 식으로 성공 경험을 쌓아 주십시오.
멀미로만 보기 어려운 경우

차에서만 그렇고 내리면 곧 괜찮아지며 다른 때는 잘 먹고 잘 논다면 대개는 자라면서 나아지는 쪽입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으면 한 번 확인해 보십시오. 차를 타지 않은 날에도 어지럽다고 하거나, 멀미 뒤에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일이 자주 반복되거나, 한쪽 귀가 먹먹하다고 하거나, 토한 뒤에도 계속 처져 있고 체중이 줄고 있는 경우입니다.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하며 등교를 힘들어하는 아이라면 멀미와 별개로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저희 진료실에서 보는 자리는 차멀미가 유독 심하면서 평소에도 잘 못 먹고 조금만 먹어도 얹히는 아이입니다. 뱃속에서 물소리가 나고 얼굴색이 희끗하며 손발이 찬 편인지, 혀에 백태가 두껍게 끼는지를 함께 봅니다. 아침에 유독 입맛이 없고 점심때가 되어야 겨우 먹는 흐름인지도 물어봅니다. 멀미 한 가지만 떼어 놓고 보기보다, 그 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먹고 어떻게 자는지를 함께 놓고 봐야 손볼 자리가 잡힙니다. 이런 자리에서 비위의 힘을 세우며 속에 낀 것을 함께 다스리려고 살펴보는 처방으로 육군자탕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빈속이 멀미에 더 유리하다는 근거는 약합니다. 다만 평소처럼 든든하게 먹이면 부담이 되니 양을 줄이고 시간을 앞당기십시오. 출발 삼사십 분 전에 기름기 적은 것으로 조금만 먹이는 정도가 아이들에게 대체로 무난합니다.
졸음이나 입마름 같은 반응이 있을 수 있어 매일 쓰는 것은 소아과나 약국에서 아이 나이와 몸무게에 맞게 상의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매일 약에 기대야 할 정도라면 자리와 시선, 아침 식사부터 손봐 보고 그래도 남는지를 보십시오.
자라면서 덜해지는 아이가 많은 것은 맞습니다. 다만 그동안 등교가 힘들고 아침을 계속 거르면 성장기에 손해가 쌓입니다. 저절로 낫기를 기다리기보다 아침 식사와 자리를 손봐 두는 편이 지금의 하루를 편하게 만듭니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겹치는 아이가 꽤 있습니다. 평소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하고, 얹히면 오래가고, 뱃속에서 물소리가 잘 나는 편이라면 함께 살펴볼 자리가 됩니다. 첫 진료에서는 이런 경우 귀보다 속부터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