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는 낮에 먹은 밥이 아니라 밤에 잔 잠에서 자란다

아침을 든든히 먹이면 키가 큰다는 말, 부모라면 한 번쯤 마음에 새겨두게 됩니다. 그래서 등교 전 밥상 차리는 데는 그렇게 공을 들이면서, 정작 밤에 몇 번씩 깨고 뒤척이는 아이는 그냥 크느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아이 몸이 자라는 일에서 잠은 그저 하루를 마무리하는 휴식이 아닙니다. 뼈가 길어지고 근육이 붙고, 낮 동안 흩어진 기운이 다시 채워지는 시간이 바로 깊은 밤잠입니다. 아침밥보다 밤잠이 먼저 흔들린다면, 그 신호를 가볍게 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잠 못 든 밤이 다음 날 아이의 하루를 바꾼다

밤잠을 설친 아이는 이튿날 아침부터 표가 납니다. 조금만 뜻대로 안 돼도 짜증을 내고, 좋아하던 놀이에도 금세 흥미를 잃습니다. 여기까지는 하루 이틀이면 지나가지만,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성장호르몬은 깊은 잠에 들었을 때 가장 활발하게 나옵니다. 밤잠이 자꾸 끊기면 이 호르몬이 제때 충분히 분비되기 어렵고, 그 영향이 하루가 아니라 몇 달,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쌓입니다. 아래 신호가 반복된다면 아이의 밤을 한번 들여다봐야 할 때입니다.
- 사소한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자주 운다
- 수업이나 놀이에 집중을 오래 못 한다
- 아침에 입맛이 없고 밥을 잘 먹지 않는다
- 또래에 비해 키 크는 속도가 눈에 띄게 더디다
낮에 뛴 만큼 깊이 자야 하는데, 왜 자꾸 깰까

아이가 밤에 깊이 못 자는 데는 생각보다 흔한 이유들이 얽혀 있습니다. 낮에 너무 신나게 뛰어놀아 오히려 몸이 흥분 상태로 남아 있거나, 저녁을 늦게 먹어 소화가 채 끝나기 전에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배가 편치 않으면 잠도 얕아집니다.
몸이 흥분한 상태에서는 긴장을 담당하는 자율신경이 저녁이 되어도 잘 가라앉지 않아, 뇌가 계속 깨어 있으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모습을 몸속 흐름이 막히거나 위로 뜬 열이 내려앉지 않은 상태로 봅니다. 낮에 오른 열기가 저녁이 되어도 가라앉지 않으면 머리는 화끈하고 몸은 붕 뜬 듯해 잠이 얕아집니다. 열은 위로, 차분함은 아래로 자리 잡아야 아이가 스르르 깊은 잠에 빠집니다.
오늘 밤부터 바로 해볼 수 있는 세 가지

거창한 처방이 아니어도 집에서 오늘부터 손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씩 붙여가다 보면 아이 몸이 밤을 받아들이는 리듬이 조금씩 잡힙니다.
- 재우는 시간과 깨우는 시간을 되도록 일정하게 맞춥니다. 몸이 밤을 예상하기 시작하면 잠드는 일도 한결 수월해집니다.
-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을 멀리합니다. 밝은 빛은 뇌를 낮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잠을 밀어냅니다.
- 미지근한 물에 발을 담그는 족욕으로 하루 동안 뭉친 긴장을 풀어줍니다. 발끝이 따뜻해지면 위로 떠 있던 열이 내려앉으며 몸이 잘 준비를 합니다.
저녁 밥상이 무거우면 아이 밤도 무거워진다

저녁에 먹은 음식이 위장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아이는 배가 더부룩해 자꾸 몸을 뒤척입니다. 소화기가 밤새 일을 하느라 바쁘면, 정작 쉬어야 할 몸은 편히 쉬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녁은 조금 가볍게 차리고, 잠들기 두 시간 전쯤에는 마지막 끼니를 마치는 편이 좋습니다. 위장이 비워진 채 밤을 맞으면 아이도 뒤척임 없이 깊은 잠으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잘 먹는 것만큼이나 언제 먹느냐가 아이 밤잠을 좌우합니다.
조급한 부모 마음이 아이 잠까지 흔든다

아이가 잘 못 잔다는 사실에 부모가 먼저 안절부절못하면, 그 불안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옮겨갑니다. 성장하는 아이의 밤은 원래 오르내림이 있어서, 한동안 흐트러졌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시기일 때도 많습니다.
조금 여유를 두고 아이의 밤을 지켜봐 주세요. 다만 뒤척임이 몇 주째 이어지거나 아이가 눈에 띄게 힘들어한다면, 가까운 한의원에서 몸의 균형이 어디서 흐트러졌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